이민자들이 만나 경험을 서로 이야기를 해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이민 초기에는 주로 쇼핑가게가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연습하는 장소가 된다. 처음엔 이것도 다소 용기가 필요하다. 대부분 할 말을 머리속에서 먼저 영어로 번역을 한다. 성격에 따라 완벽한 번역을 하려는 사람과 대충 생각하고서 시도해보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 됐다 싶으면 드디어 용기를 내어 말을 해보지만 예상대로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Excuse me?” 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당황하게 된다.
이렇게 몇달 지나면 발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단 하나의 단어를 사용해도 발음을 상대가 알아들으면 완벽한 문장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노력을 거듭하여 말이 통하면 신이 나고 “나도 된다”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상대가 답변을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나온다.
이런 동안에 눈치보는 실력 또한 늘어나서 말은 몰라도 눈치로 알게 된다. 또 너무 많이 못알아들으면 미안하니까 알아들은 체하는 연기 실력도 늘어난다. 짧은 영어 실력을 이렇게 눈치와 연기력으로 보충하며 살다보면 웃지 못할 여러가지 해프닝이 종종 생기게 된다.
영어를 배우려고 뉴스를 많이 보기도 하는데 한 20분 듣고 나면 들을 때는 잘 들었는데 뉴스의 요점이 무었이었는지가 알쏭달쏭해지는 경우가 많다. 뉴스는 계속 흘러나오는데 한국어순으로 어순을 뒤집어 이해하려면 듣다가 머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이런 배움의 과정을 거치면 대화를 길게 해보기도 하고 또 머리속에서 한국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 없이 바로 말하게도 된다.
전화통화는 일반 대화보다 더 어렵다. 상대가 안보이기 때문에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으며, 상대방도 내 수준을 몰라 맞추어주지 않는다. 대화 도중 머뭇거리면 상대는 사정을 모르고서 짜증을 내기도 하는 것은 아마 여러 사람이 겪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 모든 과정을 지나고 마침내 일상적인 대화는 문제 없는 수준에 이른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고, 어느날 서양인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다보면 갑자기 내 영어 실력이 부쩍 의심스러워진다. 영어를 좀 하여도 자기들끼리 자라온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 대화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좀 들어 외국에 가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래 살아도 지네들끼리 하는 대화를 이해하는 것은 힘든 경우가 많다.
2018.11.11 Update